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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민정 인선 키워드는 ‘검찰 개혁’…“검찰개혁 아이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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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성중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5회   작성일Date 25-06-3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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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9일 단행한 인선 중 가장 이목이 집중된 곳은 법무·민정 라인이다.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검찰·사법 개혁을 진두지휘할 인사들에 중량감 있는 여당 중진 의원과 검찰 출신 인사를 배치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 이해도가 높고 전문성 있는 인사를 전진 배치해 속도감 있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중을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법무·민정 라인 인선의 기준과 향후 최우선 책무가 ‘검찰 개혁’임을 뚜렷이 했다. 친이재명(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한 이유를 두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내실 있는 검찰 개혁의 아이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 비서실장은 대검찰청 차장검사 출신인 봉욱 신임 민정수석 발탁을 두고도 “검찰 개혁 등 핵심 과제에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찰국 폐지 등 공약이행을 맡을 행정안전부 장관에도 친명 중진으로 꼽히는 윤호중 의원(5선)을 내정하며 당대표급의 중량감 있는 여당 중진들을 부처 장관으로 전진 배치했다.
법무부와 행안부는 각각 사법개혁·검찰개혁·수사권 조정·자치분권 등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두드러졌던 문제를 교정해야 하는 개혁과제를 안고 있는 부처들이다. 실세 의원의 장관 발탁으로 조기에 부처를 장악해 개혁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의 인사로 읽힌다.
이날 인선으로 경제부처 인선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한 구윤철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발탁한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모두 관료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구 내정자는 기재부 예산실장에 2차관을 지낸 뒤 국무조정실장까지 지낸 정통관료다. 최상목 전 부총리 사퇴 이후 2개월간 빈 자리로 있던 경제수장 자리를 당장 일할 수 있는 인사로 시급히 메워야 한다는 필요가 반영된 인사로 보인다. 기재부와 한국은행을 거친 김정관 내정자는 민간기업 대표라는 점이 주목받는다. 김 내정자에 대해서 강 비서실장은 “실물 경제를 경험한 핵심 인재로서 ‘지금은 성장에 집중할 때’라는 대통령의 철학을 구현할 것”이라고 했다.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와 집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 데다 미국과의 상호관세 유예 시한(7월9일)이 임박했다는 점 등이 경제부처 장관 내정을 서두른 배경으로 풀이된다. 다만 6·27 가계대출 규제 등 초고강도 대책의 여파가 있는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응할 국토부 장관 인선에는 고심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인선 자체가 부동산 시장에 특정 신호를 줄 수 있어 인사 검증에 좀 더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에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이름을 올린 것도 눈에 띈다. 정 내정자는 코로나 19 사태 당시 질병관리청장으로서 소통 능력을 인정받아 기용됐다. 의사 출신인 그에게 의료대란 해법을 맡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날 6개 부처 장관 내정자를 발표하면서 ‘이재명 정부’ 조각의 밑그림은 완성 단계에 들어갔다. 이날 발표로 국무위원인 전체 19개 부처 장관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 2곳을 제외한 17개 부처의 수장 인선이 마무리됐다.
사실상 인준 정국의 막이 오른 셈이기도 하다. 역대 정부들은 출범 초기 크고작은 인사 문제로 발목이 잡혀 국정동력이 약화되곤 했다. 이재명 정부가 이 같은 인사검증의 허들을 어떻게 넘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당선과 동시에 출범해 이재명 정부와 흔히 비교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우, 1기 내각 구성을 마치는 데 반년이 넘는 195일이 걸렸다.
“중동의 총성. 방산 ‘활짝’” “중동 불안이 기회. 돌아온 개미, 3000선 방어”.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했다는 소식과 함께 국내 언론이 내놓은 기사 제목들이다. 당황스러웠다. 전쟁을 삶과 생명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기회로 보는 건 트럼프와 네타냐후 같은 파시스트들만이 아니다.
이런 시기에 두 명의 귀한 손님이 한국을 찾았다. 베트남 퐁니 마을의 응우옌티탄씨와 하미 마을의 응우옌티탄씨다. 동명이인이라 한 사람은 ‘퐁니 탄 선생님’이라 불리고, 다른 한 사람은 ‘하미 탄 선생님’이라 불린다.
이름뿐 아니라 두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게 또 있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기억이다.
한국은 베트남에 32만명의 병력을 파병했고, 현재까지 1만명 이상의 민간인 희생자가 있었던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의 고향 마을에선 같은 날 한시에 세상을 떠난 가족들을 위한 제사를 지낸다. 이를 ‘따이한 제사’(대한 제사)라고 부른다. 한국군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한 의례다.
퐁니 탄은 1968년 2월12일, 퐁니·퐁넛 마을에서 벌어진 학살에서 살아남은 세 명의 생존자 중 한 사람이다. 그때 74명이 무참히 살해당했다. 당시 나이 여덟 살, 한국군이 쏜 총알에 맞은 뒤 쏟아진 창자를 끌어안은 채 도망친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퐁니 탄은 학살 이후 50년이 지난 2020년,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1심과 2025년 항소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는 이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한 참이다. 퐁니 탄은 이번 방문을 기회로 대법원에 상고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미 탄의 방문 목적은 다르다. 학살 현장 사진 등 증거가 남아 있는 퐁니·퐁넛 마을과 달리 하미 마을의 경우에는 증거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법원으로 가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2020년, 그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이유다. 그러나 진화위에서는 “베트남전 시기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은 조사 범위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이를 각하했다.
2023년, 하미 탄은 서울행정법원에 각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어디에도 외국에서, 혹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생한 사건을 배제한다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행정소송은 1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그는 이 재판에 참석해 진술했다.
베트남에는 호아쓰라는 이름의 꽃이 있다. “생명의 꽃이자 죽음과 함께하는 꽃”으로 묘지와 절에 많이 심는다. 따이한 학살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호아쓰를 위령비와 집단묘지에 심고 가꾼다. 한국을 찾은 두 명의 탄의 가슴에도 호아쓰 배지가 달려 있었다. 하얀 호아쓰를 보면서 나는 제주4·3의 붉은 동백꽃을 떠올렸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동백꽃만이 아니다.
하미 탄 선생은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한국인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해야 할 것은 우리다. 계속되는 좌절에도 진실을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 그들의 용기 덕분에 우리는 전쟁의 효용이 아닌 전쟁의 고통을 말할 기회를 얻게 됐다. 생명은 두려워하는 마음으로부터 살릴 수 있다.
6월23일, 두 사람은 대통령실을 방문해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의 진실을 규명하고 사과할 것, 퐁니 학살 사건에 대한 대법원 상고를 취하할 것, 한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학살 자료들을 공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실이 베트남 민간인 학살 생존자를 만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총의 힘에 기대어 촉발된 내란을 진압하고 열린 ‘새로운 대한민국’의 좋은 시작이다. 주가 같은 숫자의 이야기보다 꽃의 이야기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소 두 마리가 싸움을 거부하며 울타리 쪽으로 달렸다. 소 주인과 조교사들이 코뚜레에 연결된 ‘살코줄’을 힘껏 끌어당기며 두 마리가 가깝게 붙도록 유도했다. 결국 싸움이 시작됐다. 소들이 서로 부딪히며 이마와 뿔 주위, 귀에 상처가 났다. 소가 피범벅이 돼도 경기는 멈추지 않았다. 한쪽 소가 도망치며 경기가 끝나자 몇몇 관객은 수십만원의 현금을 주고 받았다. 소들은 침을 흘리거나 거칠게 입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이긴 소는 하루에도 몇 번씩 경기에 투입됐다.
동물보호단체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이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경북 청도군을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 소싸움대회에서 131 경기를 보며 마주한 장면들이다. 단체들은 소싸움 경기, 싸움소 농가 조사 등을 바탕으로 작성한 ‘2025 국내 소싸움경기 실태조사 보고서’를 26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소 싸움은 소의 생애 전반에 걸쳐 반복적인 고통을 주는 동물학대”라며 “소 싸움 관련 조례를 폐기하고 예산집행 근거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은 제10조 제2항에서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민속경기’는 예외로 남겨뒀다. 이 때문에 투견, 투계와 달리 소싸움은 곳곳에서 공공연히 행해진다. “소싸움을 활성화하고 농촌지역 개발과 축산 발전을 촉진”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소싸움법)’도 지자체 소싸움대회 운영의 근거가 된다.
경북 청도에서는 매주 주말 상설경기를 운영한다. 이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전북 정읍·완주, 경남 진주·창원·김해·함안·의령·창녕 등 11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민속대회에서 8강 이상 성적을 거둬야 한다. 동물학대 비판이 이어지면서 올해 민속대회를 개최하는 지역은 6곳으로 축소됐다.
소 싸움은 자연스럽게 시작되지 않는다. 소가 상대 소에게 겁을 먹거나 싸움을 원치 않아 경기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보고서에 기록된 131번의 경기 중 소가 싸움을 피한 경우는 54번(41.2%)에 달했다.
싸움을 붙이기 위해 소를 훈련하는 조교사나 소 주인이 의도적으로 살코줄을 잡아당겨 서로 싸움을 붙인다. 힘을 사용해 소를 강제로 끌다 보니 살코가 연결된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보고서는 “출혈이 발생해도 소독이나 응급 처치가 이뤄지는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경기 중에는 소들 간 격렬한 충돌로 출혈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상 진행된 77번의 경기 중 48번(62.3%)에서 출혈이 발생했다.
소들은 신체 손상 외에도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다. 고함, 줄 당김 등을 당하고 경기 내내 심하게 긴장하고 흥분한 소들이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침을 과도하게 흘리거나 입을 벌린 채 거친 호흡을 반복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민속대회는 승리한 소가 여러 차례 경기에 연속 출전을 하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출혈이 있어도 별다른 조치 없이 다음 경기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보고서는 “충분한 회복 시간조차 없이 반복적으로 경기에 내몰려 장시간 고통에 노출되는 상황은 명백한 동물학대”라고 지적했다.
소들이 사육 농가에서 훈련받는 과정에서 타이어 끌기 등 비자연적 훈련을 받고,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채찍질을 당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소는 채찍질하는 주인 앞에서 몸을 움찔거리거나 뒷걸음질 치는 방어적 반응을 보였다.
대회장으로의 반복적인 이동 과정도 소들에겐 위협이다. 보고서는 싸움소들이 주로 1t 트럭 뒤에 실려 경기장으로 이동하는데, 코뚜레가 짧은 밧줄로 연결돼 움직일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기록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운송할 때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도록 차량 측면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동물이 서 있는 상태에서 머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공간을 확보하도록 했지만 규정은 제대로 준수되지 않았다.
소들은 청도 상설경기의 경우 경기 하루 전, 지역 민속대회의 경우 경기 2~3일 전 경기장 내부 ‘계류장’이라는 우리에 입소했다. 계류장에서 소들은 코뚜레에 연결된 여러 개 짧은 밧줄로 금속 기둥에 묶였다. 제대로 앉거나 눕지 못하도록 묶인 경우도 있었다. 콘크리트 재질의 바닥으로 된 좁은 계류장에서 24시간 이상 대기하는 동안 소들은 스트레스로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바닥을 지속적으로 핥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였다.
단체들은 “소싸움대회는 투견, 투계와 다르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동물학대지만 법적 예외조항으로 국가와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까지 받고 있다”며 “민속이라는 이름 아래 동물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구조화된 폭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에 등록된 싸움소는 610마리다. 싸움소 육성 농가는 328곳으로, 경남과 경북이 각각 173곳, 114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단체들은 대구, 창녕, 창원, 의령 네 곳의 민속대회 현장에서 불법 도박 정황도 목격했다고 밝혔다. 전통소싸움법은 청도 상설경기장에서의 ‘우권 구매’를 제외하고는 소싸움대회에서의 사행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단체들은 경기 직후 남성들이 수십 만원의 현금을 서로 주고받는 모습을 포착했다. 행사 관계자와 소 주인으로 추정되는 이가 거래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단체들은 폭력적인 소 싸움 장면을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노출해서는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연세대 교육연구소의 전가일 박사는 “사람들이 강제로 동물 간에 충돌을 유발하는 폭력적인 상황을 가까이서 목격하는 경험이 유아 및 청소년에게 인지적 혼란을 유발하거나 타자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정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8년 투우의 유해성을 근거로 아동 관람을 제한할 것을 스페인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청도공영공사는 지난 5월 ‘어린이 싸움소 관람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동물해방물결은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일상적으로 소비하도록 학습시키는 심각한 교육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전격 시행되면서 금융권은 서둘러 일부 대출의 비대면 접수를 중단하고 새 제도를 반영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당국은 이번 대책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지만, 개인사업자대출 등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포함된 핵심 대책은 전날부터 전격 시행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27일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은행별로 연소득의 1~2배까지 내주던 신용대출 한도는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전세보증비율 강화와 같이 행정적 조치가 필요한 것만 제외하고 바로 시행됐다.
은행들은 새 제도에 따른 준비로 주말 사이 분주했다. 시중은행들과 인터넷전문은행 등은 변경되는 제도를 전산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해 신용대출, 주담대 등 대출 상품 일부의 비대면 접수를 전날부터 중단했다.
은행권이 서둘러 대출부터 막고 나선 것은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별도의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곧장 시행돼 대응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용대출의 경우 비대면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일부 은행들의 접수 중단으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많은 조치가 한꺼번에 이뤄져 이를 적용한 전산을 개발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언제 완료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 다 포함되지 못한 세부 내용, 예외 사항들을 당국과 조정할 필요도 있다”며 “다만 전산작업은 다음달 초순까지는 완료하려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발표의 여파를 주시했다. 금융위원회 측은 “30일부터는 창구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금융감독원 및 금융권과 협조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규제가 안착하면 8월부터는 정책 효과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음달 실행될 주담대 중에는 이미 한두 달 전 승인이 난 사례가 있어 규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바뀐 제도의 영향이 본격화되면 가계대출 증가폭도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처럼 ‘풍선효과’ 우려도 나온다.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으니 개인사업자대출 등을 ‘우회로’로 선택하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이 이번 대책에서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으나 고소득 전문직들은 여전히 거액의 신용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번주 대출 규제 후 첫 점검회의를 시작으로 매주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추가 규제 필요성을 판단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필요시 규제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추가 강화, 전세대출·정책대출 등으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 확대, 주담대 위험가중치 조정 등 준비된 추가 조치들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류 성공에 새삼 더할 말이 필요할까 싶지만, 며칠 사이 목격한 성취들 때문에 나도 한마디 거들고 싶다. 유튜브에서 한국 가요와 드라마, 예능을 주제로 삼아 논평하는 외국인을 보다가, 문득 그들이 한국 문물에 감동하는 요점이 과연 ‘한국적인 것’ 때문인지 의심스러워진 탓이다. 유튜브에서 나와 비슷한 느낌을 표현한 듯한 댓글을 발견하고 조용히 웃었다. <케이팝데몬헌터스>의 성공에 감동한 댓글이었다.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는 백범 김구의 구절을 환기하면서, 그 댓글은 이렇게 한 줄로 놀라움을 표현했다. “김구 선생님… 이게 맞는 거죠?”
높은 문화의 힘을 문화 이용의 규모로 측정할 수 있다면 우리 문화는 이미 높아졌다. 세계 어디에서든 한국 문물을 이용하는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류의 가장 얄팍하고 얕은 지류였던 문예 영역에서마저 높아지고 있다. 이민진과 한강 등 ‘한국적’ 작가들이 만들어낸 물결에 새로운 독자들이 빠져들고 있다.
타문화에 대한 접촉 빈도가 곧 강렬한 끌림을 보장하는 게 아니다. 이용 빈도나 가치를 넘어서 이용자 심성에 미치는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 라면을 사 먹는 해외 소비자의 취향은 ‘라면 먹고 갈래’라는 권유가 함축하는 바를 눈치챈 젊은이의 설렘과 무관하게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한류 문물의 향유를 규모·가치 관점에서만 보지 말자. 유료 이용자만 중요하다는 접근은 최악이다. 한류 이용자를 잠재적 시장으로 간주해서, 무료 이용자는 가치를 더하지 못하니 감상을 말할 자격도 없다는 식으로 내치지 말자.
무료 이용자의 자발적 감상에 대해 말하자니, 한류의 성취는 모두 모종의 번역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된다. 타문화 이용 자체가 번역이며, 모든 번역은 해석이다. 따라서 그것은 애써 번역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의 ‘마음의 지평’ 한계 내에서만 성공하거나 말거나 할 수 있다. 이 사실을 알면 데버라 스미스의 번역 충실도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일은 ‘문화의 힘’을 높이는 것과 별로 상관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한류의 성공이란 세계의 이용자들(대다수가 무료 이용자다)이 만들어낸 해석에 의존한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한류 문물이 얼마나 ‘한국적’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적인 것의 본질을 따지는 게 허황하다는 요점을 전하는 데 신중현의 기타 솔로나 로제의 감수성을 환기해서 장황하게 말할 필요도 없다. <기생충>이 제공하는 불편한 즐거움이나 <오징어 게임>이 형상화한 잔혹한 허구의 사실성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우리는 해외 이용자들이 제기하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매력적인 한국 문물 가운데 한국적이지 않은 것은 또 무엇인가.
이걸 끊임없이 묻게 만드는 게 한국 문물의 특징이다. 한국 라면은 원조가 불분명하고, 드라마에는 인간도 귀신도 아닌 존재가 말하고, 가요는 해외 리듬에 얹혀있기 때문이다. <소년이 온다> 독자는 주인공이 죽은 자인지 아닌지 의심하며 읽기 시작한다. <미스터 션샤인>의 영웅은 미국인도 조선인도 아니다. <오징어 게임>의 흥미로운 인물은 경계인이다. 내 귀에는 한국 최고 명창은 웬디다. 목록은 끝이 없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그렇다. 신라 최대 문장가는 당나라에서 성공했고, 고려 최대 문인은 한문으로 글을 지었으며, 조선 최대 실학자는 일생을 경학에 바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민주화 경험이 한류 최대의 자랑거리라는 말이 그럴듯했다. 그러나 지난 12·3 불법계엄과 탄핵 정국이 증명하듯이 한국의 민주정이야말로 최악의 내란과 독재로부터 한 발짝 거리에서 이룩한 불안스러운 성취일 뿐이다. 한국적 정치라는 게 있다면, 그건 어떤 경계 위에 위태롭게 서서 한국적일 수만은 없기에 그렇게 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한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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